title : 작당에 다녀왔습니다. --------출처: 다음카페 작당21
name : 태암date : 2014-04-03 09:40:41hits : 2197



- 작당이 너무 좋았습니다.-


우리가 '작당 21' 에 도착한 것이 아마 3시 쯤이었을거야.

이층계단으로 들어서자 맨 처음 시야에 작당님이 보였어

앞 바다를 향한 넓은 창을 오른쪽 옆에 두고 결핍과

욕망에의 투명한 자기성찰의 자리에 선 채로

들어서는 우리를 맞더군.

부재와 침묵속에 스스로의 출구로만 소통하는 그의 세계가

갈비뼈를 드러낸 채 너울거리는 바다.

결코 따뜻하지 않은 그의 추억이 쉴곳을 찾아 허느적대는 바다.

그리고 그 바다로 난 넓은 창.

그의 권유에 따라 우리가 창문에 붙어서서 바다를 보는동안

그는 뒤켠에 멀찌감치 물러서 있더구먼...

도회지에서의 생활, 개념화된 그때의 언어와 기억들을 떨지기 위해

바다를 향해 끈질긴 담금질을 하며 오늘까지 자신이 보낸 시간들을

되새김질 하고 있는듯 했어.

마지막 한순배 남을 힘을 몰아가며 비틀거리는 세상에

좁은 자기공간 하나를 마련하려고 휘청거리는...

우리가 궂이 창가를 고집했던 이유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우동이 나왔어. 도회지의 삶속에서 피로와 연민들,

아침마다 갯벌에 널었다가 저녁이면 거두어 들이며 말리고 또 말렸던

작당만의 여유를 우리는 후루룩 후루룩 건져 먹었어.


- 팬션에서 -


식후 나온 약차 한잔씩을 손에 든 채로 우리는 팬션으로 갔어.

뒤편 언덕길을 타고 올라서 있는 팬션은 흡사 보기에는

산중에 닫힌 공간 같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본 팬션은

또 다른 세상을 향한 열림의 공간이었어.

바다를 향한 열림이 거기에 있었고 사색을 향한 눈뜸이었고

또 다른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열려진 열림의 터널이었어.

방문객마다 두고간 책들이 책꽂이에 앉은채 팬션의 바깥 바다를

향해 가슴을 열라는 소리없는 채찍을 내리치듯 하더군...

몸의 바깥과 세상의 바깥과 삶의 바깥을 향한 열림은 그뿐이 아니었지...

푸석푸석한 바닥은 올바른 마음으로의 열림을 요구하고

통나무 의자는 나약하게 내려앉은 우리에게 떨치고 일어섬에 대한

열림을 일깨워주고 있었지...

오십여평의 팬션 2층으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침실 좁은 창가로 바다가 밀물져 들어왔어.

팬션에 들어서자 마자 가장 신이 났던 건 역시 다정이님 이였어.

연신 그리는 양손 손가락을 펼쳐든 V자.흡사 지개를 받치고 선

작대기처럼 남의 아픔을 자신의 몫으로 짊어지려는듯 맑은 웃음속에

자신을 내어줄듯 허옇게 내어놓는 또 다른 열림이 있었어.

노래방 기계가 켜졌어.

짧은 몇마디 언어에 세상을 펼쳐 보이던 김명수 시인님이

첫 곡을 불렀지...

나와는 초면임에도 얼싸안고 정을 담아 인사를 나누었던

시인의 천진함이 노래를 타고 찌든 세상을 간단없이 녹혀내고...

그의 순수함과 헛헛함은 세상의 아수라에 대한 준엄한 항거였어.

그래서 그는 시인이 되었던가 봐.

보일듯 보이지 않는, 겸손하면서도 고고한, 자심감을 가득 감춘

여유로움 그런 차향님의 노래는 관조였어...

기회가 있으면 차향님에 대한 이야기는 좀 더 해 줄께...

오늘은 기가 막히는 멋진 차향님이라는 말만으로 맺음세.

작당님은 왜 하필이면 불나비를 불렀을까?

세파에 자신을 던져두고 흐느적대며 살아가는 세상을 향한 꾸짖음인가?

점점 노래소리가 높아지자 햇님이 시끄러웠던가 봐.

귀찮은듯 손사래를 치며 뉘엇뉘엇 하루를 닫고 있었어.

집에서 정성껏 담았다는 복분자술 두병을 다 마시기도 전에

일몰을 보러 서둘러 나섰어.


- 솔섬의 일몰 -


주차를 한 바로 그 곳에,,,

솔섬은 거기 언제적부터 우리를 기다린듯 버얼건 비늘을 머금은

바다를 겨드랑이에 끼고 서 있었어.

갑작스런 바다와의 만남,

그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연각성님이 출현한거야.

바다를 등지고 돌아본 그의 첫 모습,

그녀의 긴 머리는 그가 이 바닷가에 와 있어야 할 명제를

설명해 주는듯 했어.

그의 출연은 우리 모두에게 하루를 더 연장시켜주고 있었지.

연각성님과의 반가운 인사도 잠시일뿐,,,

사진을 찍었어.

한장의 흑백사진에 가족의 역사를 박아서 벽에 걸어두고 살았던

그 때 기록에 대한 몸부림처럼 우리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

균열되어 가는 하루의 임종을 바라본 알리바이를

차곡 차곡 카메라에 담고 있었어.그 뿐만이 아니야.

멋진 바다 이야기도 찍고 소녀적 사랑이야기도 한 컷 담아보고

액자 한켠에 인기없는 자리쯤 차지하고 있어도 섭섭해 하지 않을만큼

묵묵한 솔섬의 풍광도 담았어.


- 김명수 시인님 -


바다가 있으면 마냥 행복할 줄로만 알았던 우리가

지금 이시간 지는 노을을 아쉬워 바라보고 있듯이,

시인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는 안으로 솟구치는 그의 열망을

다 분출하려면 분화구 하나쯤 더 필요했던가 봐.

그래 그는 시인만이 아닌 사진작가라는 화구를 통해서

또 다른 그의 세상을 분출하고 있었어.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는 그의 동작은 흡사 살풀이춤과도 같았어.

자식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을 카메라에 붙였다 떼었다하면서 말이야.

일몰 일몰은 닫힘이었어.

하루의 닫힘이었고 바다와 하늘의 닫힘이었고

해변가 따라 펼쳐졌던 사랑의 닫힘이었어.

우리 일행은 솔섬도 닫고 바다도 닫아버렸어.

가까이 있는 음식점 터가 있는 채석강으로 자리를 옮겨갔지.

다정이님의 행복한 재잘거림에 이끌린 채 해진 바다의 안쪽으로 난

바위길을 이리 저리 뛰듯 헤치며 빨려들어 갔었어.

세상에,,, 회 한 접시에 만원이랜다... ??소주도 한병했지...

우리가 작당을 향해서 발걸음을 되돌리기는 시간까지 내 가슴 깊이

필을 꼽아둔(?) 다정이님은 끊임없는 재담으로 그 초저녁

해변의 분위기를 주도해 나갔어.


- 청해님과의 만남 -


작당에 돌아와 보니 청해님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지.

그와의 만남은 그의 정신과의 만남이고 그의 입술과의 만남이었어.

식탁을 사이에 두고 동그마히 마주앉은 우리들...

애를 끊듯 안쓰러움으로 아이들은 단소를 배워야 한다며

내지르는 그의 말은 오히려 처절한 그이 정신의 울부짖음 같았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그렇게 느껴지더라고..

뛰어난 재치와 느물느물한 그의 유머속에서도 단소를 향한

그의 정신이 괴롭게 꿈틀거리고 있었지.


- 인간문화재 12호, 청해 오재벽.-


한곡 연주를 부탁하자

"누구든 뭐든 청하면 들어준다"며 능청스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악기를 손에 잡더군.단전 깊이 갇힌채 그의 정신에 점령당해 버린

단소의 가녀린 소리가 현대사회의 혼탁한 터널을 괴롭게 헤쳐 나오기

시작했지.단소에 대한 그의 집착은 이미 많은 것을 뛰어넘은

허허로움이 되어 버린지 오래였건만 지켜보는

내 눈에는 몸부림치는 혈투와 같았어.

어머니처럼 소중하게 가슴에 품은 단소,

어두운 자궁 속에 존재의 처음을 품어안은 어머니의 몸 같아 보였어.

얇게 쫙 펴진, 윗입술에 개걸스럼이 묻어나는 그의 입술

우리의 입술이 음식이 들어가는 몸의 입구라면 그의 입술은

소리를 토해내기 위한 출구었어.

그에게 입술은 몸의 입구인 동시에 영혼의 출구였지.

육체의 안과 밖, 교환과 소통의 입술을 통해서 우리는 말을 하지만

그의 입술은 소리와 사랑을 거침없이 내뿜기 위해 만들어진 입술이었어.

까치당(작당 21 안주인님)이 또 다시 차 한잔씩을 내 왔어.

잃어버린 지난 날들을 일으켜 세우는 까치당님.

바보같은 사랑이 빚어내는 슬픔과 고통의 무게를 감당해 봤느냐며

무언의 항의가 그의 얼굴에 흐르고 있었지.

욕망으로부터 해탈한 사람처럼 그의 얼굴에는 평화가 흐르고 있었지...

좀처럼 열지않던 그녀의 입이 열릴 때마다 이름조차 갖지 못한

작은 행성처럼 겸손하고 낮은 자세를 견지하고 있더군..

시인의 앓는 소리같은 그녀의 어촌생활 이야기가 그녀의 입속에 닫혀져 있는듯 했지.

아마도 나는 그녀를 선하고 은근한 조선 여인으로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아...

그리움이라는 이름과 함께 말이야...

우리의 입술은 그리움이 있어서 벌어진 것일까?

청해님의 입술은 내재된 소리에의 그리움에 벌어졌나 봐.

단전으로부터 쌓아둔 내공을 끊일듯 이어질듯 불어내는 그의 입술은

하늘이 열린때부터 있어온 소리에 대한 기억의 대상이며

기억의 주체였던가 봐.

눈멀고 귀 먹어도 입술만은 닫을 수 없다는 절규가 대금을 통해

그 밤 작당에서 훠어이 훠어이 작당하고 있었지.


- 작별의 시간 -


살을 베일듯 날카롭게 번득이는 눈초리에

내재된 언어를 가두어야 했던 작당님,

청해님의 입술이 소리를 향한 절규였다면 작당님의 입술은

내면으로 닫혀진 통증이었어.

절규도 통증도 다 내려놓고 떠날 시간.작당 21 뭐라고 할까?

도데체 뭐라고 할까? 도무지 답을 낼 수가 없더군.

여백과 실용성의 만남이라고 해 볼까?

나주의 영산강 축제장을 향해서 돌아오는 길에

내 머리속에선 자꾸만 내려앉는 수많은 무의식의 벡터들이

상충하고 있었어.


작당21 과 그의 사람들. . . . . . . . . .



* 반가운 마음에 친구에게 쓰듯이 썼습니다.

이해 주실줄 알고 미리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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